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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6년 10월 칼럼] 남자보다 강한 이름, 아버지!

BY일생활균형재단

남자보다 강한 이름, 아버지!

 이재국 방송작가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

우린 이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 자랐다. 그리고 누구도 그 명제에 대해서 반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정말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강하다”는 전설은 별로 내려오는게 없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당연히 강해야하고, 마당히 강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럼 아버지는 언제 강해지는 걸까? 남자에서 남편이 되고, 남편에서 아버지고 되고 나면, 어느새 강해져 있는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몇가지 명제들을 이해하게 된다.

첫 번째, 안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수도 없이 말씀하셨지만 사실, 그말이 무슨뜻인지,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몰랐다. 내 새끼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고 뭔가 뿌듯하고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심정! 그게 아버지의 마음이고 그 마음을 느낄수 있을 때, 우리는 아버지가 된다. 내 아이 입으로 들아가는 쌀 한 톨이 그렇게 소중하고 치킨을 사들고 집에가는 아버지의 발걸음은 즐거움으로 가득차 있다. 아이가 자기 입보다 더 큰 숟가락을 들고 야무지게 밥을 퍼 먹는 모습, 그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고 느꼈다면, 당신은 이미 아버지가 되어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눈에 넣어도 안아프다는 말!

보통은 눈에 작은 티끌하나만 들어가도 하루종일 신경이 쓰이고, 모든게 불편해진다. 어렵게 어렵게 눈에서 꺼내보면 정말, ‘이 작은것 하나 들어갔다고 내가 이렇게 불편할 줄이야!’ 라는 생각이 절로 날 정도로 모든게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아무리 내 아이라고 해도 ‘눈에 넣으면 아프겠지! 눈에 들어가면 불편하겠지!’ 물론 나도 결혼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되고 보니, 그말이 무슨 말인지 백번 이해가 갔다. 간난 아기 시절에만 얘기하는게 아니다, 조금더 자라서 유치원생이 되고 초등학생이 돼서도 여전히 그말은 유효하다. 아무리 키가 큰 아이라고 해도 부모 눈에는 늘 어린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눈에 넣어도 안아픈게 아니라, 눈에 넣어도 사랑스럽다는 것을 느꼈다면, 당신은 이미 아버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말!

아버지로써 가장 속상할 때는, 아이에게 더 좋은걸 못사주고, 더 맛있는 걸 못먹여줬을 때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가 아픈데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을 때, 그저 안아주고 달래주고 업어주고, 이것밖에 해줄게 없을 때 정말 속상하다. “아이들은 누구나 아프면서 크고, 아프고 나서 면역력이 생긴다.” 이런 말은 누구나 할수 있고 어떤 육아 책을 사봐도 다 나와 있는 말이다. 그런데 내 아이가 이런 상황이 되면 모든게 눈에 안들어온다. 정말 대신 아파줄수만 있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그 아픔을 나눠줄 수만 있다면 내가 다 짊어지고 싶고, 내가 대신해주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그럴수 없기에, 아버지는 눈물을 흘린다. 아이가 아픈게 내 잘못같고, 내가 대신 아파해줄수 없어서 아버지는 눈물을 흘린다. 아이 무릎에 난 작은 상처 하나에도 가슴이 철렁하고, 저 작은 상처마저 내가 대신 아파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아버지가 되어 있는 것이다.

네 번째, 박카스 안먹어도 피로가 한방에 풀린다는 말!

먼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왜 이렇게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어하는지, 내가 결혼하고 내가 아빠가 되기전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툭하면 하는 말, “집에 가서 현관문을 열었는데, 우리 딸이 <아빠> 하면서 달려오면 그말 한마디에 피로가 싹! 사라지더라구” 아무리 들어도 거짓말 같았던 그 말을 아빠가 되면 이해하게 된다. 회사에서 시달리고 사회생활에 지쳤어도 아이가 달려와 “우리 아빠 최고!” 이 한마디만 해주면 산삼 한뿌리 처럼 힘이 나고 ‘아, 친구들 말이 사실이구나!’ 이런 생각이 절로 난다면, 당신은 이미 아버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남자는 결혼을 해서 달라지는게 아니라 아빠가 되고 나면 달라진다!”

난 이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내 아이가 그렇게 소중하듯, 우리 부모님이 나를 그렇게 키워주셨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또하나! 그렇게 소중하게 자란 두 사람이 만나서 부부가 됐다는 것! 그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