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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부하직원 아이 돌봐라" … 日 상사들에게 떨어진 '특별 임무'

BY일생활균형재단

일본 요코하마 소재 한 중소 IT 업체의 영업팀장인 다나베 료지(44)씨는 큰비가 내린 지난 20일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해 유치원생 여자아이 두 명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준 것은 물론, 흙탕물이 묻은 옷들을 손빨래하고 직접 저녁상까지 차렸다.

얼핏 두 딸을 둔 아빠 모습 같지만, 이 두 아이는 다나베씨가 아닌 회사 여자 후배의 자녀들이었다. 일명 '육아 연수'라 부르는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후배를 대신해 일일 부모가 되는 체험을 한 것이다.

일본 내에서 IT 기업 등 비교적 근무 시간 조정이 자유로운 업체들을 중심으로 상사가 부하 직원의 자녀를 돌보는 경험을 하는 연수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육아 경험이 거의 없는 중년 남성 간부들로 하여금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젊은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도록 하는 게 이 연수의 취지다. 총 나흘의 육아 연수 기간 중 첫 이틀은 전문 베이비시터가 동행하고, 나머지 이틀은 도움 없이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식이다. 다나베씨는 "직접 아이들을 맡아 보니 1초도 회사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며 "워킹맘들의 애로사항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상사가 부하 직원 자녀를 돌보는 독특한 연수 제도가 등장한 건 저출산·고령화로 일을 할 수 있는 인구가 크게 줄어든 것이 주요인이다. 예전보다 취업과 이직이 수월해지면서 근무 조건에 따라 쉽게 회사를 떠나는 사원들이 늘자 회사들이 인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 어린 자녀를 둔 사원들에게 각별히 공을 들이는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육아 연수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에서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사원에 대해 야근을 줄여주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NHK는 "육아 연수는 퇴근 후 아이를 보러 가야 하는 사정을 모른 채 야근을 자주 시켜온 상사를 길들인다고 해서 '보스 교육'이라고도 한다"며 "이 제도가 확산되면 육아나 가족 간병에 바쁜 직원들을 배려하는 기업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