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brief] 영국의 일-생활 균형 기관 에 대하여
영국의 일-생활 균형 기관 <Working Families>에 대하여
유화정 (WLB연구소 초빙연구원)
‘일-생활 균형’(work-life balance)이라는 개념은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1970년대 초중반, 학계 및 정책전문가들은 컴퓨터와 테크놀로지의 변혁의 시기인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줄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시간이 늘어나 ‘골든 레져 타임 시대’(golden leisure time era)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Arthur, 2002: 1). 그러나 오히려 글로벌라이제이션과 매스컴의 발달로 사람들은 더욱 많은 일을 하게 되었고, 이 때부터 일-생활 균형 이슈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이 후, 일-생활 균형 문제는 유럽전역, 미국, 아시아 등으로 확산돼 이제는 글로벌 이슈이고, 우리 나라 역시 <일생활균형재단> 및 관련 기관들과 정부의 협력으로 연구 및 정책 개발이 다각도로 진행 중입니다.
이번 브리프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일-생활 균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영국 내에서 정부와 함께 주도적으로 연구, 캠페인 및 정책제안을 한 영국의 일생활균형기관(Working Families, 워킹 패밀리즈) 사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일생활균형재단> 및 국내 관련 기관들이 참고하여 우리 상황에 맞는 연구 및 정책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1. <워킹 패밀리즈>란?
<워킹 패밀리즈>는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일-생활균형 비영리기관입니다. 1979년에 발족된 ‘일 공유 프로젝트’(Job Share Project)와 1980년에 결성된 ‘워킹 마더 연합’(Working Mothers Association)은 추후 각각 ‘새로운 방식의 근로’(New Ways to Work)와 ‘직장인 부모’(Parents at Work)로 이름을 변경했고, 2003년에 ‘우리의 삶과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자’는 모토로 지금의 <워킹 패밀리즈>(Working Families)로 새롭게 합병했습니다.
<워킹 패밀리즈>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 내에서 아이들의 양육을 담당하는 가족구성원(부모 혹은 조부모)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케어하는 전문 돌봄 선생님들을 위해 다양한 캠페인 및 연구를 진행하고, 정책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특히, 취약계층(한부모 가정, 장애인 가구, 저소득 계층 등)을 위해 온라인 정보 제공, 법률 상담, 전화 상담 등 다각도로 힘들 쏟으며, ‘모든’ 가정과 개인이 일과 삶의 균형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 <워킹 패밀리즈> (Working Families) 홈페이지
<워킹 패밀리즈>는 각가의 개인의 삶의 단계에서 가정, 일,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삶의 균형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우리 사회의 모두가 일과 개인의 삶의 균형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첫째, 일하는 가정들과 돌봄 선생님들, 특히 취약계층을 지원합니다.
둘째, 모든 근로자를 위해 일생활 균형과 유연 근무제를 지지하는 기업/직장문화를 주도합니다.
셋째, 고용주, 정책 입안자 및 근로자들과 함께 협력하여 발전과 변화를 위한 현실적 대책마련에 힘씁니다.
2. <워킹 패밀리즈가 하는 일>
<워킹 패밀리즈>는 모두가 일생활 균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개인적/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개인적 차원으로 정보제공, 법률 전화상담 등을 하며, 사회적 차원으로 꾸준히 캠페인을 벌이고, 기업들에게 일생활 균형 상담 및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정책 제안을 위해 연구 및 설문조사를 진행합니다.
<워킹 패밀리즈>는 직장인들의 노동권부터 부/모 출산휴가, 세금 지원 및 혜택, 유연근무제 등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장애아 및 입양아 가정에 관한 법률 자문까지 지원합니다.
<워킹 패밀리즈>는 수요일과 주말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요일은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무료 법률 상담을 지원합니다. 법률 자문은 직장 및 출산과 관련하여 당사자 개인 뿐만 아니라, 고용자 에게도 제공됩니다. 또한, 아동보호센터 및 가정지원 선생님들을 위한 자문도 적극 지원합니다.
이 전화 상담은 전문 법률가들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이며 ‘정보지원 품질 기준 마크’(Advice Quality Standard Quality Mark)를 획득한 전문 서비스입니다.
이메일 상담도 받습니다. 이메일 접수 시, 5일 이내 답변을 원칙으로 신속한 답변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워킹 패밀리즈>는 꾸준한 연구활동으로 그 성과가 대단합니다.
새로 개정된 법률 및 정책에 관해 최신 자료집을 만들고, 양질적 연구를 통해 일-생활 균형 관련 데이터 자료(factsheet)를 제공합니다.
또한, 매 년 일-생활 균형 친화적 기업들 리스트를 선정함으로써 기업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꾸준히 고용주 및 기업에 일-생활 균형 관련하여 트레이닝과 법률자문을 제공하며 인식 개선을 주도합니다.
특히, 취약계층(한부모 가정, 장애인 가구, 저소득 계층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들이 실제로 필요한 법안 및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국가에 제안합니다.
<워킹 패밀리즈>는 다양한 형태의 캠페인 활동을 합니다. 그 중, 핵심과제 중 하나는 유연근무제 확산입니다. 유연근무제를 원하는 근로자들은 많지만, 회사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제도이기도 합니다. 이에 <워킹 패밀리즈>는 유연근무제가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업에게도 좋은 윈-윈 제도로 활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구조에 대한 디자인 컨설팅을 돕습니다. 그리고 고용 단계에서부터 기업들이 배포용 이력서 포맷에 오른쪽의 로고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유연근무제를 적극 제시하여 지원자들의 지원을 독려합니다. 이렇게 일-생활 균형을 위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은 <워킹 패밀리즈>의 우수 기업 리스트에 선정되어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워킹 패밀리즈>는 올 해 10월 3일부터 7일까지를 ‘일-생활 균형 주간’으로 정하고, ‘일-생활 균형’이라는 개념의 대중화를 위해 10월 4일 컨퍼런스를 주최합니다. ‘일-생활 균형’문제에 관심있는 개인 및 기업을 대상으로 현실적인 문제와 대처방안에 대한 논의를 합니다. 또한, ‘일-생활 균형’ 우수 기업을 발표하여 우수 사례 및 창의적인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또한, <워킹 패밀리즈>가 선정한 ‘일-생활 균형’주간 중, 특히 10월 5일을 ‘정시 퇴근’날로 정하고, 개인 및 기업들이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정시 퇴근’을 실천한 개인 및 기업들은 SNS에 해쉬태그 ‘#정시퇴근(go home on time)’를 남기는 방식으로 ‘정시 퇴근’ 대중화에 힘씁니다.
3. <워킹 패밀리즈>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일-생활 균형’ 개념은 초기엔 ‘가족 친화적’(family friendly)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정형화된 가족(the family)에 법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가족관계(diverse families)와 개인의 삶(personal life)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일과 가정’에 대한 균형에서 ‘일과 개인의 삶’에 대한 균형으로 개념화 되었습니다(Redmond, Valiulis and Drew, 2006).
영국의 대표적인 일-생활균형 지원 비영리기관인 <워킹 패밀리즈>(Working Families)는 기관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가족의 복수형태(families)를 지향합니다. <워킹 패밀리즈>는 기존의 정상가족으로 인식되던 엄마, 아빠, 자녀 구도에서 한부모가정 및 장애인 가구 등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형태를 지원합니다.
한국상황과 비교하여 흥미로운 점은, <워킹 패밀리즈>는 영국의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재정 지원이 크다는 점입니다. <워킹 패밀리즈>에 스폰서를 하는 많은 기업들은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일-생활 균형’ 가치를 지지하며 실제로 기업문화 개선에 앞장섭니다. 이러한 재정 지원에 힘입어 <워킹 패밀리즈>는 사회문화 인식 개선을 주도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통계 자료 및 연구 실적을 만들어 실질적으로 개인 및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안합니다. 또한, 컨퍼런스 및 캠페인을 통해 ‘일-생활 균형’ 이슈를 사회적 아젠다로 대중화 시키기 위해 활발히 활동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부산의 <일생활균형재단>과 서울의 <일생활균형연구소>에서 주도적으로 컨퍼런스, 캠페인, 프로젝트 및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전폭적 지지를 이끌어내기엔 아직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듯합니다. ‘일-생활 균형’ 이슈는 특정집단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 개인의 행복이 가정의 행복으로 연결되고, 이는 곧 사회의 행복과 국가의 행복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개인이 삶과 일에 균형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
참고자료
Arthur, Lore. (2002) Work-Life balance: towards an agenda for policy learning between Britain and Germany. London, UK: Anglo-German Foundation.
Redmond, Jennifer., Valiulis, Maryann., and Drew, Eileen. (2006) Literature review of issues related to work-life balance, workplace culture and maternity/childcare issues. Dublin, US: Crisis Pregnancy Agency.
참고사이트
Working Families 워킹 패밀리즈: https://www.workingfamilies.org.uk/
Working Families Scotland: https://familyfriendlyworkingscotland.org.uk/
Working Families Facebook: https://www.facebook.com/WorkingFamiliesUK/
Working Families Twitter: https://twitter.com/workingfam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