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휴가일 선진국과 비슷하지만 노동시간 최대
우리나라의 연차휴가 일수는 15∼25일로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하는 시간은 더 긴 것이 현실이다. 눈치를 봐야하는 직장 문화상 보장된 휴가를 모두 사용하기 힘들뿐더러 15일 넘는 휴가를 한 번에 다 쓴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말 그대로 국내 직장인들은 눈치껏 휴가 쓰고, 일하는 게 오히려 속 편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각국의 연차휴가일 수는 한국 15~25일이고, 프랑스 30일, 독일과 영국 각각 24일, 일본 10~20일, 미국 1∼7주 정도다. 연차휴가일 수로만 보면 이들 국가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차휴가 사용률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연차휴가 사용비율은 2011년 61.4%, 2012년 58.1%, 2013년 60.4%, 2014년 57.8%로 집계됐다. 연차휴가 10일이 주어졌을 때 근로자들은 6일 정도만 휴가를 쓴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차 휴가 사용률만 보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며 “휴가를 낼 때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연차휴가 사용률을 100%로 올리면 연간 40시간 가량의 근로시간 단축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시간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3년 기준 임금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71시간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가운데 멕시코(2328시간), 칠레(2085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길고, OECD 평균(1671시간) 보다 400시간이 길었다. 미국(1759시간)과 일본(1746시간), 캐나다(1713시간)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이처럼 휴가가기보다 근무를 택하는 근로여건을 개선하려면 외국의 다양한 휴가 제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랑스, 독일 등은 장기 휴가를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가족이나 근로자 개인의 교육을 위해 장기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커리어-경력휴가제’를 운영 중이다. 미국은 근로자의 특별 사정으로 많은 휴가를 사용해야 할 경우 직장동료가 자신의 휴가를 기부하는 ‘휴가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정부부처 장관들은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갈 수 있도록 앞장서 휴가 계획을 잡았다. 장관들 다수는 국내 침체된 경기를 의식한 듯 지방을 휴가지로 택했다.
앞서(25~26일) 휴가를 다녀온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향인 전남 함평을 다녀왔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7일 지방으로 내려가 휴가 중이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달 1~3일 강원에서 휴가를 보낸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2일까지 경북 예천과 울산 십대리숲을,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다음달 4~5일 울산 지역 어촌체험마을을 각각 찾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