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뉴스레터

男도 2주 출산휴가, 월요일 1시 출근… 바꾸니 생산성 ‘쑥’

BY일생활균형재단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더 나은 삶 지표(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은 28위를 차지했다. 교육과 시민참여 등 지표는 각각 6위와 10위로 비교적 상위권에 속했지만,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은 36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외형적 성장을 넘어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근로자 중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이 53.7%였던 데 반해 ‘가정을 우선시한다’는 응답은 12.0%에 불과했다. 연간 2057시간(2015년 기준)에 달하는 일터 내 장시간 근로 문화, 가정보다는 일을 중시하는 한국 직장인의 특성이 맞물려 이 같은 인식은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시간 근로 만연 지방자치단체, 경력단절여성 비율도 높아 = 지난해 4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시·도별 근로시간 결과를 보면, 전체 우리나라 근로자는 월평균 187.9시간을 근무했다. 충북(195.5시간), 울산(195.1시간), 충남(194.4시간), 경남(194.1시간) 등이 근로시간 상위권에 속했다. 서울(180시간), 광주(183.5시간), 대전(186시간) 등의 근로시간이 평균보다 다소 적었다.

전국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 전국의 15∼54세 기혼여성 942만 명 중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은 21.8%로 나타났다.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지역일수록 경단녀 비율도 높았다. 울산(31.8%)이 가장 높았고, 경기가 23.8%, 충남이 23.4%로 뒤를 이었다. 제주는 근로시간이 187.4시간으로 17개 지자체 중 5번째로 짧았다. 경단녀 비율은 전국 최하위로, 기혼여성 11만2000명 중 경단녀는 1만5000명(13.4%)이었다.

근로시간이 긴 지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활동에 월등히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장시간 근로 3위에 오른 충남은 여성이 가사활동에 월 168시간을 투입하는 반면, 남성은 월 35시간에 그쳤다. 남녀 간 차이가 133시간으로 가장 컸다.

그다음으로는 울산(131시간)으로 여성은 160시간, 남성은 29시간을 썼다. 경남(129시간)이 여성 162시간, 남성 33시간으로 뒤를 이었다.

남녀 간 가사활동 투입 시간 차이가 가장 적은 지역은 제주로 101시간에 불과했다. 서울과 대전의 격차(각각 111시간)가 그 뒤를 이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근무혁신 10대 제안’ = 이처럼 남성 전일제 근로자 위주의 일터 문화는 일·가정 양립을 어렵게 하고, 여성의 경력단절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와 지난 17일부터 오는 11월 18일까지 한 달 동안을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홍보하는 강조기간으로 지정했다. 장시간 근로 관행 타파와 일하는 방식·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다.

10대 제안은 ‘장시간 근무시간 바꾸기’ 분야에서 △불필요한 야근 줄이기 △퇴근 후 업무 연락 자제 △업무집중도 향상, 일하는 방식 바꾸기 분야에서 △유연한 근무시간 △똑똑한 회의 △명확한 업무지시 △똑똑한 보고, ‘일하는 문화 바꾸기’ 분야에서 △건전한 회식문화 △연가 사용 활성화 △관리자부터 실천하기 등이다. 지역별 일·가정 양립 민관협의회는 지역 기업과 지자체, 경제단체 등과 함께 근무혁신 실천 서약식도 진행하고 있다.

고용부는 근무혁신 10대 제안과 관련한 기업 현장의 ‘근무혁신 실태조사’도 추진키로 했다. 기업 인사담당자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하는 시간·방식·문화 등과 관련한 실태를 조사해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원인을 파악한 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정부 지원 제도를 적극 안내할 계획이다.

◇“잘나가는 기업은 일터 문화부터 다르다” =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과 ‘배민라이더스’ 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새로운 사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2016 새마음 운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캠페인 구호는 ‘퇴근할 땐 인사하지 않습니다’ ‘휴가에는 사유가 없습니다’ 등이다. 직장인이 가장 우울한 날이라는 매주 월요일은 오후 1시 출근을 허용해 ‘4.5일 근무제’도 시행 중이다. 남자직원도 2주 유급 출산휴가와 결혼휴가를 보내준다. 학부모인 직원이 자녀의 입학·졸업식이나 발표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우아한 학부모 휴가’라는 유급휴가 제도도 만들었다. 또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은 어린이날 앞뒤 날인 5월 4일이나 6일 중 하루를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새마음 운동 시행 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종료 후 회사 복귀율이 10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70%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도 붙였다.

기업정보 소셜미디어인 ‘잡플래닛’을 운영하고 있는 ‘브레인커머스’도 정시퇴근 문화 정착을 위해 전체 직원의 평균 퇴근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브레인커머스의 공식 퇴근 시간은 오후 7시다. 최근 3개월간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7시 20분으로 나타났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오후 3시에 퇴근하는 ‘하프데이’를 운영 중이다. 아빠 출산휴가 2주를 보장하고, 출산·육아휴직 근로자에게는 격주로 담당 업무와 회사 상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브레인커머스는 적극적인 일·가정 양립 정책 시행 후 신규 직원 채용 시 지원자가 이전보다 300% 증가하고, 대다수 직원의 업무 몰입도가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