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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익 받을라” 출산휴가 눈치보는 직장맘

BY일생활균형재단

#. 대기업 인사팀 직원 이모씨(34.여)는 출산을 앞두고 출산전후휴가를 사용했으나 근무한 날이 더 많았다. 회사에서 '업무 공백'이 생겼다며 재택근무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상사는 "단기간 사람을 뽑기가 힘들고 조금씩 일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느냐"며 업무를 시켰다. 이 과정에서 '인사평가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 '자리를 보전해주겠다'는 등 압박도 있었다. 이씨는 출산 직전까지 매일 하루 3시간씩 업무를 했고 출산 후에도 계속됐다. 그는 "아이를 돌보고, 수유하고 유축하는 등 정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불이익이 생길까 업무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이씨는 휴가가 1주일 남은 상태에서 복귀 요청을 받았다. 그는 "회사는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며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사평가.자리보존 등 압박도

10일은 임산부의 날, 그러나 직장인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출산전후휴가, 유아휴직 사용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현상이 여전하다. 회사측이 '업무공백'을 이유로 휴가자에게 재택근무를 시키거나 조기 복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9월까지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장인은 6만8444명, 6만7873명이다. 반면 올해 고용부가 파악한 기업 대체인력지원 인원은 4313명(8월 기준)에 불과하다. 휴가자 100명 중 단 3명만 업무 대체자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5년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 인구가 해마다 7000명 가량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업무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가 재택근무 및 조기 복귀를 강요받기 일쑤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김모씨(34.여)는 "회사가 업무 대체자를 구하지 않고 산후조리원을 나온 순간부터 일을 시켰다"며 "아기는 울고 있는데 문 닫고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때는 매일 불안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근로자가 사측과 법적 다툼을 벌이기란 어려운 현실이다. 노동청에 신고하면 회사를 다니기 어려운데다 경력 단절 여성은 재취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김씨는 "향후 업무복귀가 가능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 법적 다툼은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편법 행위가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고용부의 올해 관련 위반 신고는 3건에 불과하다.

■"대체인력 확보 어려워"vs"해결 노력 미흡"

반면 기업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자의 대체인력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한다. 단기간에 경력자를 뽑기 어려운데다 추가 고용은 재정적으로 부담이라는 게 이유다. 한 제약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통상 5년 이상 경력 직원이 휴가가면 상응하는 경력자를 단기 근로자로 채용하기 어렵다"며 "또 휴가자에게 임금을 보장하면서 새로 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재정적으로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고용부가 10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기업이 육아휴직 제도시행에 따른 어려움으로 '대체인력 채용(21.9%)'을 꼽았다.

고용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체인력뱅크, 대체인력 지원금 제도 등을 운용하고 있지만 활성화는 요원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체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대다수 기업이 내부 업무분장을 통해 업무 공백을 해결하는 등 대체인력 확보에 소극적"이라며 "사측은 업무 대체자의 향후 고용승계에 대한 부담, 업무 공백을 메울만한 경력자 미확보 등을 문제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연이어 사용하는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명희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경력유지지원팀장은 "기업과 근로자가 합의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붙여 쓰면 1년 이상 보장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근로자 입장에서는 육아 휴직과 출산 휴가를 안정적으로 보장받고 기업은 장기 대체인력을 원활히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