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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정양립 제도 정착 위해 평가 지표에 점수 부여해야"

BY일생활균형재단

가족 친화적인 환경 조성과 여성의 경력 유지에 대한 충북도내 출자·출연기관들의 관심이 부족하며 개선 의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정양립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기관 평가 지표에 제도 도입 점수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경자 전 충남여성정책개발원장(충북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책임연구자)은 지난 8일 충북연구원에서 열린 ‘충북지역 경력유지 정책현장 모니터링 사업 보고회’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앞서 민 전 원장은 여성의 경력유지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의 현장 실태를 조사해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두 달여간 충북도내 출자·출연기관 13개 기관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이날 ‘여성의 경력유지 지원제도 활용실태와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13개 대상 기관의 평균 근로자수는 109명이고 이중 여성은 60명(55.3%), 남성은 49명(44.7%)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그러나 관리자(과장급) 인원은 남성이 평균 9.5명, 여성이 평균 1.6명으로 여성 관리자가 남성 관리자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역시 여성(평균 11.3명)이 남성(평균 9명)에 비해 많았다.

민 전 원장은 “여성근로자가 남성근로자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비정규직에 더 많고 근속연수가 적으며 낮은 급에 포진되어 있다”며 “주요 정책결정자의 위치에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충북도내 출자·출연기관의 출산 및 양육지원제도를 살펴보면 유·사산휴가나 태아검진시간(모성보호시간)이 모두 있는 기관은 2개 기관에 불과했으며 4개 기관은 두 규정이 모두 없었다. 이와 같은 모성보호시간은 제도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필요한 경우 상사에게 보고하고 양해를 받거나 보건휴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출산 전후 휴가는 1개 기관을 제외하고는 모든 기관에 제도화됐으며 사용률과 복귀율도 100%에 이르러 잘 정착된 것으로 조사됐다. 육아휴직 역시 3개 기관을 제외한 모든 기관(9개)이 규정화하고 있었으며 이용률은 52.5%에 이르렀다. 그러나 자동육아휴직제(도입률 7.7%), 아빠의 달(도입률 0%), 출산육아기 고용지원금 제도(도입률 0%), 대체인력채용지원금 제도(도입률 0%) 등은 제도화되어 있지 않았다.

민 전 원장은 제도가 현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으로 △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 △인력부족 및 예산 부족으로 대체인력 사용의 어려움 △대체인력이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 구조 △여성 및 가족친화 이슈에 대한 무관심 등을 들었다.

재취업 및 경력유지와 관련해 제도(프로그램) 및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육아휴직자(복귀)지원 프로그램 운영, 시간선택제 일자리 규정, 여성대상 경력관리 프로그램 운영 규정을 도입한 곳은 전무했다. 양육관련 프로그램(시설) 운영 규정 도입률도 7.7%로 저조했다. 교육 훈련으로는 13개 기관이 모두 단·장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프로그램은 정규직만 소수로 참여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참여하고 있었다.

고용문화와 관련, 유연근무제를 규정화한 기관은 4개 기관(도입률 30.8%)으로 활용자에 대한 인사 상 불이익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주 수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 정시퇴근제를 도입한 기관은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2개 기관을 포함, 4개 기관으로 도입률은 30.8%였다. 일·가정 양립 관련 직장교육을 규정하고 있는 기관은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2개 기관 뿐이었다.

민 전 원장은 “지방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의 정체성으로 노동관련법 보다 공무원 관련법에 익숙한 경향이 있다. 여성의 경력 유지에 대한 관심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도입할 필요성을 느낀 경우에도 충북도에서 규정 변경 및 예산 증액을 승인받아야 하는 제약으로 인해 난감해 하는 기관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시행을 제도화하기 위해 기관평가에 가족친화 및 일·가정 양립 제도 조항을 삽입하고 기관 평가 지표(관리역량지표)에 제도 도입 점수를 부여해야 한다”며 “기관별로 주요 정책결정자의 위치에 여성들의 비율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박성찬 충북테크노파크 책임연구원, 전준호 충주의료원 총무팀 인사노무담당, 연상모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팀장, 강현아 광주여성재단 실장, 김정은 충북도 예산담당관 공기업팀 주무관이 참여했다.

박성찬 연구원은 충북테크노파크의 가족친화제도를 소개하고, 전국TP 경영실적평가 3개년 최우수기관 선정, 2016 충북산업진흥계획 ‘S등급’ 획득 등 가족친화경영으로 인한 성과를 밝혔다.

전준호씨는 가족 친화적 기업 문화 조성을 위한 외부 지원 방안으로 △모성정원제도의 도입 △간호 인력의 확충을 위한 제도적 지원 △연장 및 24시간 운영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강현아 실장은 광주여성재단이 정책 개선안을 제안한 결과 광주지역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 지표 중 ‘여성가족친화 시책’에 0.4점이 부여되고 대체인력뱅크와 관련한 연구용역이 실시되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연상모 팀장은 △불필요한 야근 줄이기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업무집중도 향상 △유연한 근무 △건전한 회식 문화 등 근무혁신 10대 제안을 소개했으며, 김정은 주무관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과 시·도의원 등의 인식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도내 출자·출연기관으로는 청주의료원, 충북신용보증재단, (재)충북문화재단, 충북교통연수원, (재)충북테크노파크, (재)충북문화재연구원, 충북개발공사, (재)충북학사, 충북지식산업진흥원, 충주의료원, 충북연구원, 충북인재양성재단, 충북지방기업진흥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