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육아 편하게 했더니 자녀 셋 직원이 400명”
일·가정 균형 우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직원과 가족이 행복해지면 회사가 발전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생존하려면 가정의 행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권장하는 제도를 잘 활용토록 해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정시퇴근·유연근무제·육아휴직 등 우수 기업들이 도입한 제도는 특별하지만은 않다. 다만 관리자의 인식 변화에 더 많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김수천(61)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관리자부터 인식을 바꿔 직원들이 관련 제도를 활용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 직원들의 경력 단절을 막으려면 출산과 육아를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에선 여직원의 육아휴직(최대 2년) 사용률이 95%를 넘는다. 그 덕분에 자녀가 2명 이상인 기혼 직원 비율은 60%를 넘고 셋 이상인 직원도 400명에 달한다. 김 사장은 “캠페인성 정책보다는 아이는 엄마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키우는 거라는 인식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신종성(46) 골프존네트웍스 사장은 “직원들의 가정이 안정되니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결국 내가 편해졌다”고 소개했다. 신 사장은 매달 노사협의회를 갖고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한다. 매달 한 번씩 2시간 일찍 퇴근하는 ‘패밀리데이’ 아이디어도 여기서 나왔다. 이 회사의 복지정책은 모기업 창업주인 김영찬 골프존유원홀딩스 회장의 “제일 먼저 결혼하는 사람에게 20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에서 시작됐다. 자녀 장학금처럼 모기업에서 가져온 제도도 있고 계열사끼리 좋은 정책을 공유하기도 한다. 신 사장은 “처음엔 직원 복지가 비용 측면에서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최소라(47) 바비즈코리아 대표는 “기본만 지켜도 조금 더 여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며 “가정에서 행복해야 사회에 그 에너지가 환원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남편인 권의철 사장과 함께 통상 오후 5시30분쯤 퇴근한다. 직원들도 6시엔 퇴근해 6시가 조금 넘으면 사무실은 텅 빈다. 최 대표는 “정확한 시간에 퇴근하는 것은 회사와 직원의 약속”이라며 “개인은 회사에 있는 동안 시간을 집중적으로 쓰고, 회사는 근무시간 이외의 특근·잔업 등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임채운(60)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가정 친화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당장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하는데 기업이 생존하려면 일ㆍ가정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임 이사장은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근무 효율이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이원희(61)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임신부터 육아까지 단계별 맞춤형 지원제도를 도입하니 실제 출산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공단에선 배우자 출산휴가는 5일(법정 3일) 동안 유급으로, 육아휴직은 남녀 직원 모두 최대 3년(법정 1년)까지 쓸 수 있다. 최근 3년간 33명이 육아휴직 중 승진까지 했다. 이 대행은 “연가저축제를 통해 장기 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승환(51) 아워홈 경영기획실장은 “가족 친화적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가족지원제도를 사내교육 이수과목으로 지정하고, 2020년까지 중장기 비전 중 하나로 ‘일과 삶의 균형’을 채택했다. 천 실장은 “직원의 행복이 전제돼야만 회사가 발전하고 고객도 만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