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간호사도, ‘구인난’ 중소병원도…덕분에 고맙대요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젊은 간호사들보다 손발이 느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우면서 최고의 간호사보다 필요한 간호사가 되겠다는 소신으로 일을 하고 있다.”(김경화 서울성심병원 간호사)
“나른한 하루를 보내다가 병원 출근은 생활의 활력 그 자체였다. 경력 단절 기간이 길어서 실수라도 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일을 갖게 되면서 잡념이 사라지고 활력이 생겼다.”(천윤선 청구성심병원 간호사)
김 간호사나 천 간호사는 오랜 경력 단절 끝에 최근 병원 재취업에 성공했다. 김·천 간호사가 겪었던 것처럼 육아·가사 등을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는 경력단절 간호사는 6만여명에 이른다. 이 중 재취업을 희망하는 간호사는 60% 수준인 3만6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8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조기 확대 실시를 앞두고 간호사가 현재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경력이 단절된 간호사들의 병원 현장 복귀는 간호사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병원은 한번 떠나고 나면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과학 발전으로 병원 의료시스템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 현장을 떠나면 그 두려움으로 인해 돌아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런 경력단절 간호사 활용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하에 정부도 경력이 단절된 간호사 활용에 적극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이하 교육센터)를 열었다. 현재 대한간호협회가 대한중소병원협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교육센터는 ‘간호사여! 내일을 JOB아라’라는 슬로건으로 간호사들의 성공적인 현장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교육센터는 현재 서울에 위치한 중앙센터를 비롯해 6개 권역센터(서울·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충북·충남)를 운영 중이다. 센터에서는 이론부터 실기, 의료기관 실습과 현장 실무 훈련 등 경력단절 간호사에게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경력단절 간호사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과 지원서비스는 대부분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미취업 간호사의 경우 구직활동에 앞서 보수교육 이수를 통해 면허신고를 해야 하지만 교육센터는 보수교육으로 인정돼 교육 이수 후 바로 취업이 가능하다. 교육센터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생들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지난 11월 말까지 951명에 달하는 경력단절 간호사가 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마쳤다. 이 중 741명(77.9%)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2013년 1월~2014년 6월 구직을 시도한 경력단절여성 취업률 49.0%와 비교하더라도 훨씬 높은 수치다. 보건복지부가 교육센터를 통해 경력단절 간호사 재취업에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중소병원 간호사 인력난 해소에도 단비가 되고 있다. 그동안 대형병원에 비해 중소병원은 담당해야 하는 많은 환자 수에 비해 열악한 처우 등으로 간호사들이 일하기를 꺼리면서 인력난을 겪어 왔다. 그러나 최근 교육센터를 통해 경력단절 간호사들이 대거 재취업에 성공하면서 많은 중소병원들이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근무여건 개선에 나서고 있다.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 간호사라면 한번쯤 교육센터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교육센터가 현재 맡고 있는 업무는 경력단절 간호사 재취업에 머물지 않는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중소병원 간호사의 인력난을 돕기 위해 이직·신규간호사, 수간호사급 이상 간호관리자, 졸업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