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72%, "퇴근해도 메신저로 업무 연락"
#. 직장인 박 모(35)씨는 퇴근 후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체형 관리도 할 겸 에스테틱을 찾았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울리는 메신저 소리에 긴장을 풀기는 커녕 휴대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긴급 사항은 아니었지만 상사의 연락을 무시할 수만은 없었기 때문. 메신저 알람을 무음으로 하거나 전화기 전원을 꺼놓아도 메신저 내용은 고스란히 전달돼 박 모씨는 퇴근 후에도 업무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 직장인 김 모(34)씨는 1년 중 유일하게 주어지는 휴가기간을 즐기고 있었다. 늦은 오후 눈을 뜬 김 씨는 휴대폰 전원을 켜자마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동료들의 줄을 잇는 업무 관련 문자와 사소한 질문들이 계속해서 날라왔기 때문. 결국 김씨는 효율적인 해결을 위해 회사로 발길을 돌려 동료들의 '민원'을 간단하게 나마 해결해야 했다.
#. 금융업에 종사하는 과장급 이 모(46)씨는 퇴근 후 미뤘던 잠을 청하며 피로를 달래고 있었다. 두통과 감기몸살에 시달리던 이 씨는 잠자리에 든 지 10여 분 만에 울려대는 휴대전화 메신저로 또다시 집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 상사와 부하직원들의 업무 관련 문의와 보고 등으로 퇴근하자마자 아픈 몸을 일으켜 다시 업무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이른바 ‘메신저 감옥’처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시도 때도 없는 업무 지시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많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업무 시간 외에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연락을 받아본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 대표 이정근)이 스마트폰 사용 직장인 1,245명을 대상으로 ‘업무 시간 외에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연락 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 72.4%가 ‘있다’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동일 조사 결과(68.5%) 보다 3.9%p 상승한 수치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과장급’이 84.1%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대리급’(79.5%), ‘부장급’(73.7%), ‘임원급’(68.1%), ‘사원급’(65.1%)의 순이었다.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2.8일 가량 연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락을 받은 때는 주로 ‘퇴근시간 이후’(84.2%, 복수응답)였다. 다음으로 ‘주말’(61.4%), ‘연차 등 휴가기간’(49.2%), ‘출근시간 전’(38%), ‘점심시간’(33.4%) 순으로 답했다.
연락한 상대는 단연 ‘직속 상사’(71.4%,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으며, ‘소속 팀 동료’(45%)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타 부서 직원’(31.5%), ‘거래처’(30.3%), ‘CEO’(22.5%), ‘소속 팀 후배’(16.2%) 등으로 나타났다.
업무시간 외에 연락한 이유로는 ‘업무 처리를 시키기 위해서’(54.6%,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계속해서 ‘급한 상황이 발생해서’(44.5%), ‘파일 위치 등 질문이 있어서’(36.6%), ‘업무 스케줄을 정하기 위해서’(26%) 등이 있었다.
이러한 연락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묻자 과반을 넘는 60.5%가 ‘무조건 받음’이라고 응답했다. 이어서 ‘골라서 받음’(33.5%), ‘거의 안 받음’(5.2%), ‘전혀 받지 않음’(0.8%) 순이었다.
그렇다면, 업무시간이 아님에도 회사의 연락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절반 이상인 51.3%(복수응답)가 ‘온 연락을 안 받을 수 없어서’를 선택했다. 다음으로 ‘급한 일일 것 같아서’(47.4%), ‘어차피 처리해야 할 일이라서’(45.1%), ‘회사 및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40.6%), ‘나중에 변명하기 싫어서’(33.1%), ‘남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서’(23%), ‘어차피 읽을 때까지 남아있는 거라서’(21%)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들 중 86%는 지시 받은 업무를 즉시 처리했다고 답했으며, 절반이 넘는 56.9%는 연락을 받고 회사로 복귀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직장인들 대다수(97%)는 업무시간 외 받는 연락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강도는 ‘피곤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47.7%로 가장 많았으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응답도 26.8%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