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2월 칼럼] 2016년 총선과 일생활균형 이슈
2016년 총선과 일생활균형 이슈
한국여성유권자부산연맹
사하지부 회장 김희매
<19대 국회의원 성별 구성>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송년회와 신년회, 각 단체의 총회 등 시민이 모인 자리는 모두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의 인사 자리였다. 평소에는 초청을 해도 축전으로 대신하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4·13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지역구 챙기기’ 행보에 나선 것이다. 특정후보 지지기반구축을 위한 oo포럼창립, oo산악회출범. 뿐만 아니라 각종 음악회, 동문회, 출판기념회까지. 총선 표심 잡기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현재 각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앞 다투어 열리고 있다. 개소식에 동원되는 참석자 숫자는 경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필자도 초청받은 곳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참석을 하고 축하와 격려를 하고 온다. 유권자로서의 행보는 필수이지만 후보자들의 공약과 표심을 읽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정치적인 중립을 유지하는 단체의 대표로서, 후보자들의 면담요청도 기꺼이 응하여 당사자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도 한다. 이 사람이 과연 국민의 대표성을 지닐 수 있는 자인지, 기꺼이 내 소중한 한 표를 행사 할 만 한 인물인지, 필자의 의견을 궁금해 하는 주변인들의 질문도 대변 해 가면서 가능한 긴 시간을 할애한다. 특히 여성으로서 또한 여성단체의 일원으로서 여성의 대표성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후보자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적 제도인 선거에서 주요 이슈로 대두되는 여성의 대표성 문제는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들이 풀어나가야 할 영원한 과제이다.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그것이 여성의 정치적 권리인 것이며, 단적으로 말하자면, 성인지적 관점에서 정책입안을 하여야 실효성 있는 행정이 가능 하다는 것이다. 성 인지력, 성 인지적 관점(gender sensitivity, gender awareness, gender perspective)의 사전적 의미는 정책과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성별 역할과 지위에 있어 사회적 관행과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성별 입장과 경험을 동등하게 고려함으로써 성차별적인 영향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통찰력과 기술, 지식을 의미한다고 되어있다. 정책 담당자가‘성 인지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성을 고려하지 않은 소위‘몰 성적’정책이 양성에게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성인지적 관점으로 정책을 수반하여야 궁극적으로 남녀모두에게 평등한 정책을 제시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여성 가족부는 여성, 청소년, 가족 모두가 행복한 사회란 여성과 남성이 함께 발전하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또, 이에 대한 실천과제로 첫째,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 문화 환경조성. 둘째, 여성의 일터복귀 및 고용 유지 지원 셋째, 양성평등 사회를 견인하기 위한 정책기반 강화. 넷째, 국제사회 협력 지평확대로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를 꼽고 있다. 그러나 2014년 UN에서 발표한 <2013년 우리나라 성불평등지수 현황>을 보면152개국 중 17위(점수 0.101)로 2012년 대비 10단계 상승하였다. (‘12년 148개국 중 27위)양성평등 사회조성을 위한 성 인지적 정책(gender sensitive policy)을 입안하기 위하여서는 여성정치인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선진국의 여성의원의 비율이 높은 현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본다.
유권자로서의 개인적인 소견은 차치하고 우선 여성 예비후보자의 현황을 한번 살펴보자. 지난 2015년 12월 15일 부터 시작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은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6일 현재 246개 선거구에 총 1천383명이 등록해 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남녀의 비율은 1248명대 135명 연령별로는 30대 미만이 12명, 30대 이상 40대 미만 40명, 40대 이상 50대미만 255명, 50대 이상 60대미만 746명, 70대 이상 30명이 등록을 했다. 이는 선거구획정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라 후보자등록신청일인 3월24, 25일까지 몇 명의 후보자 등록 할 지는 미지수이나 여성후보자의 등록이 과연 몇 명일지가 의문이다.
2012년 19대 총선을 통해 구성된 우리나라 국회의 현직 여성 국회의원은 47명으로 전체 국회의원의 15.7%에 불과하다. 이는 아시아지역과 아랍지역의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라고 한다. 그렇다면 1995년 지방자치가 재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 및 기초의회의 여성의 대표성은 어떠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4년 6월4일 실시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당선자 성별통계를 보면 시도지사17명 모두 남성, 교육감17명 모두 남성, 구시군의 장은 남21명 여9명, 도의회 의원 남647명 여58명, 구·시·군 의회 의원 남2,150명 여369명, 광역의원 비례대표 남29명 여55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남16명 여363명,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의원 5명 모두남성이다. 이는 8.2%로 여성 국회의원 비율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2015년 7월1일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된 지 20년 만에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되어 시행된 대한민국의 정치적 여성의 대표성을 보여주는 현주소다.
작년에 남녀고용평등강조기간(5.25~29)을 맞이하여 부산시와 함께 여성가족개발원이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름이 원장은 일하고 싶은 국민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고용률 70% 로드맵’이 발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의 경우 남성과 달리 출산, 육아, 가사로 인해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생산가능 인구 중 반 정도는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이는 스웨덴 여성의 80%가 경제활동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스웨덴의 정책을 통해, 남성이 가정생활에서 책임을 다하고, 일터에서의 평등을 늘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고자 했다. 스웨덴은 여성 고용률이 높으면서 출산율도 높은 대표적인 국가다. 특히 주제를 ‘아버지, 일과 가족의 라이프 퍼즐 맞추기’로서, 어떻게 남성들이 여성과 파트너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공유하게 할 수 있는지에 관해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대사의 열정적인 강의가 있었다.
다니엘손 대사는 "보편화된 공보육이 여성이 일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스웨덴은 아마도 세계적으로 가족 의존도가 낮고 개인화가 가장 진전된 사회일 것"이라면서 "가족의 개념을 현대화해 가족 내 상호의존성을 낮추고 가족법 개혁을 통해 부모에 대한 지원 의무 등 여러 가지 개인의 의무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스웨덴은 가족, 부부 단위가 아닌 개인별 분리 과세를 했고 그 결과 가족 내 상호의존성을 더 낮출 수 있었다는 것.
그렇다고 가족이 흩어지고 개별화된 것은 아니다. 가족에게 부양을 떠넘기지 않고, 사회가 부양의 의무를 맡은 결과 스웨덴의 출산율은 유럽 최상위권이 됐으며 스웨덴 부모들이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은 유럽 어느 국가들보다 길어지게 됐다고 다니엘손 대사는 설명했다. 대사는 특히 스웨덴 같은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을 내는 데 대해 용인을 해야 하고 공보육 시스템에 대해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엇보다 성 관련 통계를 활용해 성 평등의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고 남성들도 가정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이는 스웨덴의 40년에 걸친 정책 변화의 결과이다.
마침 새해 들어 한국방송공사에서는 “스웨덴 정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스웨덴 정치에 대해 지난 1월28일과 2월4일 두 차례에 걸쳐 “KBS 1TV 다큐1”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했다. 1부는 ‘행복을 만드는 마술사’, 2부는 ‘정치(政治)가 꽃보다 아름답다’는 부제로 방송되었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정치는 평등하고 더 좋은 삶과 더 좋은 사회를 꿈꾸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현실은 걱정의 차원을 넘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큐 프로그램 내용처럼, 정치에 대해 비판만 하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 잘못된 정치의 피해자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스웨덴도 80년 전에는 가난과 노사분쟁으로 절망의 나라였다. 지금은 모두가 꿈꾸는 나라로 바뀌었다. 무엇이 절망을 희망으로 만든 것일까. ‘정치’다.
다음은 KBS 1TV 다큐1 프로그램에 소개된 스웨덴 정치인들이다.
“정치인은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이 봉사해야합니다. 아주 적게 수당을 받고 일하는 것이 윤리적이고정당 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총장, 왕실 교육 책임자, 장관, 국회의장을 역임 한 베테랑 정치인 버시도우 의원/ 70세, 5선-
“배지는 봉사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표시일 뿐입니다. 의원 배지 보다 고향을 상징하는 배지를 더 좋아하고 이렇게 365일 달고 다닙니다.” -유치원교사 출신 얀 린드홀름 의원/ 66세, 3선-
의원 해외 출장 시 가장 저렴하고, 빠르고, 친 환경적인 교통편을 이용하고 항공, 열차는 가장 싼 좌석을 이용하며 영수증은 국회 사무처에서 확인하고 영구 보전하는데 누구든, 심지어 외국인에게도 공개하여 정직한 의정활동 신뢰를 얻은 올레 토렐 의원 / 48세, 3선-
지난 4년간 제출한 법안만 638개, 이틀에 한 개의 법안을 제출, 아침 7시에 출근하고 밤10시에 퇴근100여 통이 넘는 메일을 빠짐없이 읽고 답장하며. 본회의 상임위를 빠진 날이 없는 힐레비 라숀 의원/ 42세, 5선-
스웨덴 의원은 365일 휴가가 없고, 회의에 참석안하면 수당을 공제하고 의사발언권을 박탈한다. 실적이 없으면 다음 공천은 물 건너간다. 언론의 감시와 유권자의 심판은 가혹하다. 2·30세에 장관이 되고 여성정치인은 절반에 가깝다.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든 결과다. 스웨덴은 교육과 현장경험을 통해 전문 정치인을 키운다. 공천은 인물보다 단체의 추천과 엄정한 심사를 거친다. 20대, 교사, 노동자 출신이 국회의원·시장이 가능한 이유다. 양성평등이 보편화된 사회적 분위기와 전문 정치인에 대한 엄격한 사회적 잣대는 가난과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던 스웨덴을 국민이 행복한 국가로 만들었다.
특히 스웨덴의 일·생활균형을 위한 일 가정양립정책은 40년에 걸친 보육정책의 산물이라고 한다. 일․가정양립의 어려움은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구분으로부터 기인하며, 일․가정양립 정책은 여성의 노동과 모성을 지원하는 양성평등정책을 기반으로 추진될 때 성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성인지적 정책입안을 위한 능력있는 여성정치인의 발굴이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에서 미래지향적이고 국가이익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모범적인 여성정치인의 발현을 기대 해 본다. 나아가 자질을 갖춘 여성정치인의 육성을 위한 노력도 우리의 몫이라 여겨진다. 유권자의 의식교육과 함께 말이다.
1932년 히틀러라는 자가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 결과 유대인 600만명을 포함, 5000만명이 학살당했다.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는 말로 이보다 절실한 표현은 없을 듯하다. ‘선거’는 민주주의 의 꽃이라고 한다. 우리 각자가 유권자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선거에 임하여 권리를 행사 하여야 할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하겠다. 누가 알겠는가? 2016년 4·13 총선에서 내가 뽑은 제20대 국회의원이 일·생활균형을 위한 입법발의를 하여 세계 속에서 양성평등한 대한민국의 위치가 스웨덴에 버금가는 상위권에 진입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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