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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6년 04월 칼럼] 여성의 생애주기관점과 일·생활 균형: 출산과 육아를 중심으로

BY일생활균형재단

여성의 생애주기관점과 일·생활 균형: 출산과 육아를 중심으로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장수정 교수

한국 여성들의 연령별 경제활동 추이가 여전히 M자형을 보이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보면 20대 중반 68%를 차지하다가 30세 후반 54%까지 떨어지고 다시 증가하다 감소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1980년대와 비교해서 봤을 때 경제활동 감소하는 지점이 만혼과 늦은 출산으로 그 시기가 늦추어졌지만 전반적인 변화 양상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생애주기별로 여성의 노동시장 행위의 차이가 있고(김가율, 2007), 첫출산 8개월 전부터 48개월까지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으로 이탈해 있는 여성이 50%이상이다(민현주, 2012). 근로활동을 하면서 출산 및 육아를 수행하고자 하는 여성의 상당수가 아래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경력단절이 이루어진다.

<그림>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 변화 추이


여성의 경제활동이 출산과 양육기간동안 단절되는 이유는 노동시장이 남성 근로자의 몸, 남성의 생애주기에 기초하여 구성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노동시장은 남성의 장이 되어왔고, 남성근로자의 중단 없는 경제활동은 여성의 부불노동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어져왔다. 여성의 가족 내 부불노동으로 가족이 있는 남성근로자는 아이가 생겨도 중단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다. 반면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여성근로자를 뒷받침 해 줄 “아내”는 없다. 노동시장 구조 역시 크게 변화하지 않은 채 그동안 여성들은 일을 해 왔고,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맞벌이 가족, 특히 여성은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느라 고군분투하며, 그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며 지낸다. 자녀가 있는 여성의 생애주기는 가족구성원 특히 자녀의 생애주기와 무관하지 않고 여성의 일·생활 균형의 정도는 아동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현재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의 생애주기를 누구로 상정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필자는 출산 및 아이 양육 시기에 따른 여성의 생애주기를 다음과 같이 세분화 해 보았다. 특히 여성과 자녀의 생애주기를 동시에 고려하여 세분화하였다.

◎ 첫 번째 시기는 임신부터 출산 전까지이다. 여성의 몸과 태아의 안전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16-2020)에서는 생애주기에 따른 정책 지원을 강조하였으며, 그에 따라 향후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후 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근로시간 단축이나 정기검진을 위한 의료비 지원이 이시기 유용하다.

◎ 두 번째 시기는 출산휴가기로, 아이의 생애주기는 신생아기이다. 출산한 여성은 몸을 회복해야 하는 시기이고, 출산한 아이는 집중적인 캐어가 필요하다. 법적으로 출산휴가는 3개월인데 모든 여성이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출산휴가제의 의무화가 필요하다. 현재 아버지 출산휴가가 유급 5일인데 여성의 산후 지원과 신생아 돌봄을 위해 실질적인 아버지 출산휴가제 역시 절실히 필요하다.

◎ 세 번째는 양육 1기(만 1세까지, 영아기)이다. 이시기 영아를 둔 맞벌이 부부들은 비공식자원(조부모, 친척 등), 베이비시터, 보육기관 등의 돌봄 자원에 의존한다. 맞벌이 부모들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유급육아휴직이나 유연근로 등에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지원 정책은 고용안정과 유급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영아기는 특히 가정보육지원이나 영아전담보육시설 확충이 필요하고, 지역사회 광범위한 돌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 네 번째는 양육 2기(만1세 ~ 만 3세까지, 유아기)로 이 시기는 가정 내 돌봄 자원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자녀들이 자라 보육시설들을 이용하는 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때문에 양육 2기에 필요한 정책적 뒷받침 외에 신뢰할만한 공공보육 시설 확충이 절실히 요구 된다.

◎ 다섯째는 양육3기(만3세 ~ 만7세, 학령전기)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시기 어린이집을 비롯해 유치원 등 다양한 기관에 다니게 된다. 아이들이 보육기관이나 교육기관에 다닌다 하더라도 종일 보육 및 교육 기관이 부족하고, 늦은 시간까지 있을 수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육아기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고용안정 전제하의 유연근로제가 보편화될 필요가 있고, 궁극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

◎ 여섯째는 양육4기(초등학교)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아이들의 취학 시기는 맞벌이에겐 또 하나의 고비라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하교 시간이 1~2시이기 때문에 하교 후 아이와 머무를 수 있는 그 누군가가 필요하다. 이 시기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안 될 때 부모는 일을 지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고, 아이들은 적절한 방과후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놓인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지원정책 외에 이시기 방과후 정책이 중요하다.

◎ 일곱 번째로는 양육5기(중, 고등학교)로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는 시기이다. 물리적인 돌봄보다는 학업지도나 방과 후 보살핌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유연근로제 지원 정책은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필요한 제도이다.

위에서 언급한 생애주기에 맞춘 지원정책과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으면 여성은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힘들고, 아이들은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일·생활균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남녀 모든 근로자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신경아, 2014).

현재 노동시장은 출산·양육 시기에도 중단 없이 일을 해야 생존할 수 있는 구조이다. 여성들은 온갖 공식, 비공식 자원을 활용하며 일과 가족의 돌봄을 병행하고 있고 자신의 삶의 여가를 포함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기란 힘든 실정이다. 많은 맞벌이 여성들은 근로 시간 전· 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돌봄에 필요한 것을 조정한다. 대부분 여성들은 남성보다 늦게 출근하고 먼저 퇴근 해 아이들을 돌보는 일차적인 책임을 맡고 있다. 때문에 여성들의 시간압박이 남성에 비해 크고, 특히 맞벌이 여성의 시간압박이 가장 크다(송다영·장수정·김은지, 2008)

현재 일가족양립지원정책으로 출산휴가가제도 있고, 육아휴직제도 있고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지원정책도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제도화된 제도는 정규직이 아니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한국 근로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인 것을 감안하면 출산휴가제도나 육아휴직제도는 많은 여성에게 그림의 떡이다. 설령 쓸 수 있다하더라도 장기간의 아버지휴가 할당제와 같은 것이 없는 환경에서 여성의 육아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휴직 후 경력을 이어가는 것은 요원하다. 유연근무제 역시 근로할 수 있는 시간만 근로를 하는 시간제를 비롯한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는 여성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쓸 수 있는 직종도 제한적이어서 한계가 있다. 믿고 신뢰할만한 보육시설도 충분하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은 어떻게 가능한가? 답이 없는가?

첫째, 사회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여성의 경력단절과 실업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산휴가제의 보편적인 실행, 유급육아휴직제, 아버지유급육아할당제 도입, 유연근무제의 보편화와 실천에 대한 구속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무엇보다 여성과 남성의 부모권, 아동의 돌봄 받을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믿고 맡길만한 국공립보육시설을 확대하고 지역 내 다양한 공식, 비공식 돌봄 자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일·생활 균형에 대한 지원은 여성에게는 적절한 양의 근로와 돌봄 및 생활의 균형을, 아동에게는 부모로부터 양질의 돌봄을 받을 권리를, 남성에게는 과도한 시장 노동에 대한 집중을 가족과 생활에 대한 균형으로의 이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물론 필자 역시 기존 논문에서 일·생활 균형에 대한 용어 사용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장수정, 2009). 그러나 일·가족 양립에 대한 지원이 개선하지 않고 일·생활 균형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고 여성들에게 쉼 없는 노동을 강요할 뿐이다. 때문에 일·생활균형의 패러다임은 여성이 이루어야 하는 그 어떤 목표가 아니라 여성의 생애주기에 맞추어 노동시장 구조가 재편되어야 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고, 일·생활균형을 위한 정책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참고문헌
김가율. 2007.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른 노동시장행위의 다양성에 관한 연구. 사회보장연구, 23(2), 1-27.

민현주, 2012. 자녀출산과 양육시기 동안의 여성취업 유형화-집단중심추세모형의 적용. 한국사회학, 48(2). 61-87.

신경아. 2014. 시간제노동과 성평등: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 한국여성학, 30(1), 81-112.

송다영·장수정·김은지. 2008. 일가족양립지수 개발 및 적용방안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수정. 2009. 일과 가족생활의 균형에 관한 쟁점들-성(gender)과 다양성에 기초한 정책생산을 위한 제언. 사회복지정책, 30, 219-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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