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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16년 8월 칼럼] 아빠 육아: 상호 이해를 통한 행복한 일-생활 균형

BY일생활균형재단

아빠 육아: 상호 이해를 통한 행복한 일-생활 균형

WLB 연구소

유화정 연구원

아침을 알리는 딸 아이라(Eira)의 울음과 함께 아빠 리차드(Richard Orange)의 하루는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한다. 일터로 나가는 부인과 함께 리차드는 딸과 유치원에 간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액티비티가 끝나면 아빠는 달콤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 으레 카페에 육아휴직을 낸 아빠들끼리 모인다. 그들은 라테파파(Latte papa)라고 불리운다. 아이들 얘기 및 집안일 얘기 등 이런저런 푸념섞인 말들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유치원을 마친다. 아이와 함께 집에와서 집안일 하고, 퇴근할 아내를 맞이한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사진1: 아빠 리차드와 딸 아이라, 유치원에서. 출처: The Guardian ]

[사진1: 아빠 리차드와 딸 아이라, 유치원에서. 출처: The Guardian ]

리차드는 사실 영국사람이다. 일터를 옮기면서 부인과 함께 스웨덴의 한 지역(Malmö)에 정착했고, 출산 후 부인이 먼저 육아휴직을 했고, 끝나자마자 곧바로 리차드가 육아휴직 중이다. 리차드는 육아휴직을 하며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한다. 차라리 일할 때가 몸이 덜 고되고 신경 쓸 것도 덜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아이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질수록 매 순간순간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전에 부인의 육아휴직 동안, 자신이 부인의 고충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전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일일히 지켜봐야하고, 24시간 항시대기조가 되어야하는것은 육아휴직 3개월이 되어가는 지금도 힘들다.

[사진2: 라테파파들. 출처: Sweden Sverige ]

리차드는 육아휴직 제도는 너무나 훌륭하고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영국과 비교하여, 스웨덴이 육아휴직 기간을 더 많이 제공하고, 금전적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육아휴직 동안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아빠의 정체성(identity)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하루이틀, 일이주 아이를 돌보는건 말 그대로 육아에 ‘참여’하는 체험활동을 하는 정도이지, 아이와 생활하고 루틴(routine)을 형성할 수는 없다. 아이와의 끈끈함(bond)이 형성되고, 이 아이가 울면서 아빠를 찾을때는 그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을만큼 벅차고 보람된다고 한다. 리차드는 아마 자기가 영국에 있었다면, 이러한 감정은 절대 느끼지 못했을거라 확신한다. 영국만해도 사회적 분위기가 남자들이 육아휴직을 많이 신청하고, 집안에서 남자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상하게(weird)’ 보이는 사회적 인식 탓이다.

리차드가 꼽는 아빠들의 육아휴직 제도의 또다른 장점은 부인과의 공감과 소통이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부인이 육아휴직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을 힘들어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본인이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자기가 이해한 것은 충분치 못했다고 인정한다. 그러면서 부인과 가정 생활에 대한 이해가 커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육아휴직을 마친 후의 자신의 일과 (가정)생활에 대한 균형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고 한다.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는 1974년 처음 도입된 이후, 많은 개정을 통해 현재 2016년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성공적인 복지정책으로 손꼽힌다. 한 아이당 부모에게 최대 16개월의 육아휴직을 제공하고, 첫 13개월동안 최근 연봉의 80%(연간 최대 443,000 SEK, 한화로 약 6,000만원)를 지원하고, 남은 3개월은 하루에 180 SEK(한화로 약 24,000원)를 지원한다. 또한,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부모 각 개인당 3개월의 상호전환 불가능한 기간을 정하여, 만약 아빠들이 최소 3개월의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게 하였다. 다시 말하면, 전체 제공되는 최대 16개월의 육아휴직 중 엄마 3개월, 아빠 3개월의 최소의무기간을 제외한 10개월은 부부 합의하에 자유롭게 부부간 전환 및 이월(다음 아이를 위한 육아휴직)이 가능하고, 부모 한 측이 최소의무기간 3개월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기간 및 그 기간에 해당하는 금전적 지원은 소멸된다 (2016년 1월 육아휴직법 개정 기준).

한국상황은 스웨덴과 많이 다르다. 아빠들은커녕, 일하는 엄마들도 육아휴직 쓰기가 눈치가 보이고, 특정 직업군은 임신 순번제가 있다고도 한다. 육아휴직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앞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또한, 육아는 엄마가, 돈벌이는 아빠가 – 이러한 획일적 성역할(gender role) 구분이 아닌, 부부 모두 함께 아이와 가정 및 회사 일을 상의하고 협력하며 일-생활 균형을 맞추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분위기와 불평등한 성역할 관념이 결국, 엄마들은 독박육아로 고생하게 하고, 아빠들은 돈버는 기계로 전락시켜 노후엔 가정내 왕따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는가. 단순히, 아빠들이 시간 날 때 육아에 참여하는 체험활동 수준이 아닌, 최소 1~2개월 이상의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양육 및 집안일을 이해하고, 가족의 소통과 함께 일-생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꿈꿔본다.

사진 및 자료 출처

[사진1] 영국 가디언 신문: https://www.theguardian.com/money/2012/nov/18/swedish-latte-pappa-shared-childcare.

[사진2] 스웨덴 공식 사이트: https://sweden.se/society/gender-equality-in-sweden/.